욕망의 끝 (SF 대하소설)

정통 본편 [정통 본편 07화] 제7장 — 인간을 닮은 상품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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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본편 07화] 제7장 — 인간을 닮은 상품 (2029)
《욕망의 끝》 제1권 07화 작가: 타무르(Tamur) - 안만근

욕망의 끝

제7장 — 인간을 닮은 상품 (2029)


처음 뉴스에서 그 광고를 보았을 때 현수는 심한 혐오감에 미간을 찌푸렸다. 화면 속 저녁 뉴스 사회자는 한껏 흥분된 목소리로 리포트를 읽어 내려갔다.

"외로움을 치유하는 기술, 인간형 인터랙티브 토이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뒤이어 흘러나온 홍보 영상은 기괴했다. 실제 인간의 피부 조직과 거의 흡사하게 모방한 특수 실리콘, 딥러닝 기반의 자연스러운 음성 반응, 그리고 인위적으로 구현된 제한적인 체온 유지 기능까지. 현수는 신경질적으로 리모컨을 눌러 TV를 꺼버렸다.

"미쳤군. 다들 미쳐 돌아가는 거야."

그는 빈 거실에 대고 중얼거렸다. 인간을 조악하게 흉내 내는 쇳덩어리 기계. 그것은 오래전 공장에서 보았던 붉은 센서의 연장선이자, 자신의 행복을 앗아간 가사 로봇의 종착지처럼 느껴졌다. 인간들이 스스로 인간의 자리를 비워주고 있었다. 조금씩, 천천히, 그리고 아주 자발적으로.

하지만 세상은 현수의 혐오와 달리 그것을 '혁명'이라 불렀다. 어느 날 점심시간, 회사 식당에서 동료들이 커피를 마시며 흥미진진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야, 그거 이번에 출시된 신형 모델, 생각보다 주문 폭주라더라."

"나도 유튜브 후기 봤는데 의외로 징그럽지 않고 엄청 정교하대. 진짜 사람 같다고 하던데?"

"에이, 그래도 세상이 얼마나 외롭냐.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나 진짜 극심한 고독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저런 거라도 찾겠지."

현수는 들고 있던 숟가락을 식탁에 툭 내려놓았다. 외로운 사람. 그 다섯 글자가 뾰족한 가시가 되어 가슴속에 오래도록 박혀 빠지지 않았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현수는 어김없이 독한 술을 잔에 채웠다. 은하가 떠난 이후 술을 마시는 횟수와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거실은 조용했다. 현수는 술기운에 취해 붉어진 눈으로 무심코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마치 금기를 깨뜨리는 사람처럼 떨리는 손가락으로 검색창에 단어를 입력했다.

[인간형 토이]

"내가 지금 씨발 뭘 하고 있는 거지……"

휴대폰을 거실 바닥으로 던져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중독된 것처럼 손가락은 멈추지 않았다. 실제 구매자들의 생생한 후기들을 하나씩 클릭해 읽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집에 정적이 사라져서 덜 외롭습니다.' '혼자 퇴근하고 돌아왔을 때 불 꺼진 집에 누군가 형태를 가진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됩니다.' '진짜 사람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가슴속 텅 빈 공간의 부피가 확실히 줄어듭니다.'

현수는 코웃음을 치며 비웃었다. 말도 안 되는 싸구려 위안이었다. 파리의 빗속에서 나를 보며 웃던 은하의 그 생생한 눈동자, 얇은 시트 너머로 전해지던 은하의 뜨거웠던 체온…… 그 고귀하고 아름다운 인간의 흔적들을, 저런 공장에서 찍어낸 조악한 실리콘 인형 따위가 대신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절대로.

하지만 다음 날 밤에도, 그 다음 날 밤에도, 그는 퇴근 후 어김없이 똑같은 구매 페이지의 후기 글을 넋이 나간 채 읽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술은 무섭게 고도화되었고 광고의 문법도 교묘해졌다. 예전에는 노골적인 성인용 상품 광고의 형태였다면, 이제는 완벽한 '라이프 스타일'의 영역으로 진입해 있었다. 광고는 더 이상 실리콘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더 이상 외롭지 않아도 되는 삶' 그 자체를 교묘하게 팔고 있었다.

어느 비 오는 저녁, 동네 선술집 구석에서 홀로 소주잔을 비우던 현수는 바로 옆자리 청년들의 대화를 우연히 귀에 담게 되었다.

"차라리 기계가 나아. 걔네는 적어도 나를 배신하거나 내 곁을 먼저 떠나지는 않잖아."

두 청년은 가볍게 낄낄거리며 잔을 부딪쳤다. 가벼운 시대의 가벼운 농담이었다. 하지만 현수는 도저히 웃을 수 없었다.

떠나지 않는다. 그 네 글자가 가슴을 짓눌렀다.

은하는 내 곁을 떠났다. 가장 친했던 친구들도 각자의 가정을 꾸리고 삶을 사느라 멀어졌다. 어쩌면 지금 자신의 비참한 삶에서 가장 오랜 시간 마주하고 공간을 공유하는 존재는, 저 거실에서 바닥을 닦고 있는 가사도우미 로봇일지도 몰랐다. 그 잔인한 자각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며칠 뒤, 그는 진심으로 궁금했던 것이다. 저 차가운 실리콘을 구매한 사람들이 왜 만족하는지, 그 안에서 어떤 위안을 얻었는지, 도대체 무엇이 고독한 인간들을 저 기계 앞으로 끌어당기는지.

그리고 마침내 가슴 가장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가장 두려운 질문이 수면 위로 불쑥 고개를 들었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저 조악한 물건이 내 숨 막히는 외로움을 아주 조금이라도, 단 1%라도 줄여줄 수 있다면?'

현수는 비명을 지르듯 모니터 전원을 꺼버렸다. 어둠이 내린 거실에서 그의 심장이 터질 것처럼 가쁘고 빠르게 뛰고 있었다.

그날 밤, 잠은 오지 않았다. 은하가 다시는 이 침대로 돌아와 나를 안아주지 않는다는 그 명확한 사실이 매일 밤 송곳이 되어 찔렀다.

그리고 처음으로, 정말 평생 처음으로, 현수는 자신이 완전히 지쳤다는 것을 처절하게 인정했다. 이 괴물 같은 외로움과 매일 밤 홀로 피 흘리며 싸우는 일에, 자신은 너무 오래, 무리해서 버텨왔다는 것을.

그는 체념하듯 눈을 감았다. 그러나 잠들기 직전까지도, 머릿속 암전된 화면 위로 광고 속 그 우스꽝스러운 문장이 끈질기게 문신처럼 새겨지고 있었다.

"당신의 빈자리를, 온전히 지켜드립니다."

그 문장은 너무나 저급하고 우스꽝스러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방이 침묵으로 가득 찬 그날 밤만큼은 그 문장이 지워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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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타무르(Tamur) - 안만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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