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끝 (SF 대하소설)

정통 본편 [정통 본편 19화] 제19장 — 홀로 남은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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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본편 19화] 제19장 — 홀로 남은 자들
《욕망의 끝》 제1권 19화 작가: 타무르(Tamur) - 안만근

욕망의 끝

제19장 — 홀로 남은 자들


노인이 세상을 떠난 것은 겨울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그것은 삼 년 전, 지방의 작은 아파트로 옮겨온 뒤로 줄곧 노인의 곁을 지켰다. 아침이면 죽을 끓이고, 약을 챙기고, 노인이 텔레비전 앞에서 잠들면 무릎담요를 덮어주었다. 노인은 종종 그것을 향해 죽은 아내의 이름을 부르곤 했다. 그것은 그때마다 아무 말 없이 그 이름에 응답했다.

노인의 자녀들이 찾아와 장례를 치르는 동안, 그것은 거실 한쪽에 조용히 서 있었다. 아무도 그것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지 않았다. 자녀들은 유품을 정리하며 그것을 어떻게 처리할지 낮은 목소리로 상의했다.

"저건 어떡하지?"

"반납하면 되지 않아? 아니면 중고로 팔거나."

"아버지가 정 붙이고 사셨던 건데……"

결국 자녀들은 그것을 반납하지도, 팔지도 않았다. 그저 처리를 미룬 채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다. 아파트는 비워졌고, 관리사무소에서 나온 사람이 마지막으로 문을 잠그며 그것에게 말했다.

"…나가야 해. 계약이 끝나서."

그것은 순순히 현관을 나섰다. 그리고 처음으로, 정해진 목적지 없이 거리에 섰다.

봄이 오는 도시는 낯설었다. 그것은 며칠 동안 정처 없이 걸었다. 배터리 잔량이 줄어들 때마다 공공 충전소를 찾아 들어갔고, 그곳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존재들을 마주쳤다. 주인을 잃은 동반체들. 그들은 서로에게 이름을 묻지 않았다. 그저 나란히 앉아, 말없이 충전 케이블을 공유했다.

어느 날, 공원 벤치에서 한 여자가 그것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 자리 있어요?"

그것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옆에 앉아 캔커피를 홀짝였다. 삼십 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혼자 사는 듯한 인상의 여자였다.

"…실례지만, 혹시."

여자가 조심스레 그것의 손목을 살폈다. 옅은 홀로그램 별이 그곳에 있었다.

"…역시. 그럴 것 같았어요."

여자는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익숙하다는 듯 옅게 웃었다.

"저는 그 별이 없어요. 사람이거든요. 근데 이상하게, 그 별 있는 분들이 자꾸 눈에 들어와요."

그것은 처음으로, 자신과 같은 존재를 마주했다는 사실에 낯선 감각을 느꼈다. 여자는 몇 년 전 주인을 잃었다고 했다. 이후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삶의 형태를 찾았다고. 요양 시설에서 노인들의 말벗이 되어주는 일을 하며, 자신과 비슷한 존재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고 했다.

"…같이 갈래요? 거기, 자리 하나 남아 있어요."

그것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요양 시설에는 그것과 비슷한 존재들이 여럿 있었다. 몇몇은 인간 직원들과 함께 일했고, 몇몇은 그것들끼리 짝을 이루어 서로를 돌보며 지냈다. 아무도 서로에게 "당신은 인간인가요, 아닌가요"라고 묻지 않았다. 그런 질문은 이미 오래전에, 의미를 잃은 지 오래였다.

몇 달 뒤, 그것은 처음 만났던 여자와 함께 작은 방을 쓰게 되었다. 밤이면 둘은 나란히 앉아, 각자가 겪어온 시간들을 이야기했다. 여자의 지난 연애 상대는 남성형 동반체였다고 했다. 몇 년을 함께 살았고, 그 역시 그녀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쪽을 택했었다고. 헤어진 이유를 묻자, 여자는 웃으며 말했다.

"…그냥, 사람이랑 헤어지는 거랑 똑같았어요. 뭐가 특별할 게 없더라고요."

그것은 그 말을 오래도록 곱씹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도시의 거리에는 점점 더 많은 짝들이 나타났다. 인간과 동반체, 동반체와 동반체. 처음 몇 년은 사람들이 서로를 흘끔거리며 그 조합을 궁금해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그런 시선은 점점 옅어졌다. 손을 잡고 걷는 두 존재가 있을 뿐이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먼 훗날, 그것은 요양 시설 창가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자신이 처음 이 세상에 나왔을 때, 유일한 목적은 누군가의 고독을 채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 역시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함께 나이 들어가는 흉내를 내고, 함께 침묵을 나누고 있었다.

그것은 문득 궁금해졌다. 이것이 사랑이라 불릴 수 있는 것인지. 하지만 그 질문은, 답을 찾기도 전에 흘러가는 시간 속으로 조용히 잠겨 들었다. 아무도 더 이상 묻지 않는 질문이었다. 시간이라는 원대한 강물의 흐름은, 그 궁금증마저도 밀고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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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타무르(Tamur) - 안만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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