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끝 (SF 대하소설)

정통 본편 [정통 본편 16화] 제16장 — 식탁

열람 모드:
[정통 본편 16화] 제16장 — 식탁
《욕망의 끝》 제1권 16화 작가: 타무르(Tamur) - 안만근

욕망의 끝

제16장 — 식탁


은수가 두 살이 되던 해, 삼진전자는 세계 최초로 소화 기관을 모사한 인간형 동반체를 발표했다.

"입으로 먹고, 마시고, 맛을 느낍니다."

현수는 회의실에서 그 발표 자료를 검토하고 있었다. 스마트 라이프 사업부에서 십 년 넘게 일해온 그였지만, 이번 기술 브리핑을 읽으며 그는 오래전 자신이 느꼈던 감각을 다시 떠올렸다. 이제 남은 건 이거 하나였는데. 먹는다는 행위. 이게 마지막 장벽이었어요.

그날 저녁, 뉴스에서도 같은 소식이 흘러나왔다. 화면 속 신제품이 식탁에 앉아 된장찌개를 떠먹는 모습이 방영되고 있었다. 목울대가 움직였다. 삼키는 소리까지 생생하게 들렸다.

"짭짤하면서도 깊은 맛이에요." 화면 속 존재가 웃으며 말했다.

은수를 재운 뒤, 현수와 은하는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그 뉴스를 지켜보고 있었다.

"…저거, 자기 회사에서 만든 거지?" 은하가 물었다.

"어."

"기분이 어때? 저런 거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거."

현수는 잠시 대답을 고르다가 말했다.

"…예전엔 저게, 마지막 남은 인간의 영역이라고 생각했어. 먹고 마시는 거. 근데 이제 저것마저 넘어갔네."

은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예전 같으면 이런 대화가 시작되는 순간, 둘 사이에 날 선 긴장이 흘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녀는 그저 그의 어깨에 가만히 기대며 말했다.

"나도 이제, 자기 말이 뭔지 알 것 같아."

"…예전엔 안 그랬잖아."

"그땐 안 보였으니까. 지금은 보여. 뭐가 뭔지 구별이 안 가는 세상이, 진짜 왔잖아."

현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만히 쓸어내렸다. 그리고 문득, 오래전 자신의 거실에 있었던 어떤 존재를 떠올렸다. 그도 이 업데이트를 받았더라면, 어땠을까. 그 질문은 이제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는 이미 그 존재를 보냈고, 지금 그의 곁에는 진짜 살아 있는 사람이, 진짜 살아 있는 온기로 앉아 있었다.

"…근데." 은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회사에서, 이런 거 계속 만드는 거 괜찮아?"

현수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모르겠어.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 가끔 해. 근데 그만둔다고 세상이 안 변하는 것도 아니고."

"그럼 왜 계속 다녀?"

"…적어도 안에서 보면, 뭐가 오고 있는지는 알 수 있으니까. 밖에서 모르는 것보다는 나아."

은하는 그 말에 더 캐묻지 않았다. 대신 그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다음 날 아침, 은수는 식탁에 앉아 계란말이를 오물오물 씹고 있었다. 작은 입이 움직이고, 삼키고, 다시 숟가락을 향해 손을 뻗는 그 평범한 동작이, 현수의 눈에는 유난히 소중하게 보였다.

"아빠, 이거 맛있어!"

"그래? 다행이다."

현수는 딸의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세상이 아무리 정교하게 인간을 흉내 내도, 결코 복제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완벽한 맛의 재현이 아니라 — 서툴게, 어설프게, 그러나 진심으로 무언가를 좋아하는 표정이었다.

창밖으로, 출근길 라디오에서 삼진전자의 신제품 광고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제, 함께 식사할 시간입니다.'

현수는 라디오 볼륨을 조용히 줄였다.

《욕망의 끝》 제1권 전체 25화 빠른 이동 (5×5 갤러리관)

작가: 타무르(Tamur) - 안만근
[정통 본편 01화] 제1장 — 6억의 축배 (통합 초고) [정통 본편 02화] 제2장 — 행복한 시절 [정통 본편 03화] 제3장 — 균열의 시작 (2028) [정통 본편 04화] 막간 — 최 부장의 전화 (2028, 균열 시기에 삽입) [정통 본편 05화] 제5장 — 갈등과 이별 (2028) [정통 본편 06화] 제6장 — 은하 이후의 계절 (2029) [정통 본편 07화] 제7장 — 인간을 닮은 상품 (2029) [정통 본편 08화] 제8장 — 경계의 거리 (2029) [정통 본편 09화] 제9장 — 주문 [정통 본편 10화] 8. 도착 (2029, '주문' 챕터 직후에 삽입) [정통 본편 11화] 제11장 — 결합 [정통 본편 12화] 제12장 — 밤이 없는 것 [정통 본편 13화] 제13장 — 장바구니 [정통 본편 14화] 제14장 — 구별 [정통 본편 15화] 제15장 — 재회 [정통 본편 16화] 제16장 — 식탁 [정통 본편 17화] 제17장 — 주름 [정통 본편 18화] 제18장 — 거리의 풍경 [정통 본편 19화] 제19장 — 홀로 남은 자들 [정통 본편 20화] 제20장 — 표식이 사라지다 [정통 본편 21화] 제21장 — 은수의 친구들 [정통 본편 22화] 제22장 — 혼돈의 시대 [정통 본편 23화] 제23장 — 공장의 요람 [정통 본편 24화] 제24장 — 마지막 세대 [정통 본편 25화] 제25장 — 마지막 인간
추천하기 (0)
댓글 0개
첫 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