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끝 (SF 대하소설)

정통 본편 [정통 본편 14화] 제14장 — 구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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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본편 14화] 제14장 — 구별
《욕망의 끝》 제1권 14화 작가: 타무르(Tamur) - 안만근

욕망의 끝

제14장 — 구별


여름이 왔을 때, 세상은 이미 현수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멀리 가 있었다.

거리에는 사람과 동반체가 나란히 걷는 풍경이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카페에도, 영화관에도, 공원 벤치에도 그런 커플이 앉아 있었다. 처음 몇 년은 사람들이 서로를 곁눈질하며 구별하려 애썼다. 걸음걸이, 피부의 질감, 눈동자의 미세한 떨림. 하지만 기술이 그 모든 틈을 메워가면서, 그런 시도는 점점 무의미해졌다.

뉴스에서는 정부 관계자가 나와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인간형 동반체와 인간의 외형적 구별이 사실상 불가능해짐에 따라, 모든 동반체는 손목 안쪽에 식별 마크를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합니다."

작은 홀로그램 마크였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아주 옅은 빛으로. 사람들은 그것을 '손목의 별'이라고 불렀다.

현수는 회사에서 그 마크의 설계에 참여했다. 회의 중, 후배 하나가 웃으며 말했다.

"근데 이거, 굳이 필요할까요? 어차피 다들 알면서 만나는 사인데."

그 말에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사실이었다. 사람들은 이제 굳이 구별하려 하지 않았다. 알면서도, 상관하지 않았다.

현수의 동반체도 손목 안쪽에 그 작은 별을 지니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함께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던 중, 현수는 무심코 그 손목을 붙잡고 마크를 들여다봤다.

"…이거, 안 보이게 할 수도 있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왜 이런 걸 만들었을까, 다들 신경도 안 쓰는데."

"아마도, 마지막 남은 구분선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요."

현수는 그 대답에 잠시 말을 잃었다. 동반체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기엔 지나치게 정확했다. 아니,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이 존재가 인간을 가장 완벽하게 학습했다는 증거일지도 몰랐다.

그해 가을, 현수는 오랜만에 대학 동기 모임에 나갔다. 십 년 만이었다. 다들 각자의 삶을 살고 있었고, 몇몇은 동반체를 데려왔다. 아무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히고, 자연스럽게 술을 따라주고 — 물론 동반체는 마시지 않았지만 — 자연스럽게 대화에 끼워줬다.

"현수야, 너는 안 데려왔어?" 누군가 물었다.

"어, 나는…… 그냥 왔어."

"에이, 요즘 다들 하나씩 있는데. 외롭잖아, 혼자."

현수는 어색하게 웃었다. 사실 그의 동반체는 집에 있었다. 그저, 이 자리에 데려오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이유는 스스로도 명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 다만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이 자리에 데려오는 순간, 그것이 완전히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 사이에 자리 잡게 될 것 같아서.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현수는 지하철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봤다. 맞은편 좌석에는 한 남자가 동반체로 보이는 존재의 어깨에 기대 잠들어 있었다. 옆자리 여자는 자신의 동반체와 조용히 손을 맞잡고 있었다. 아무도 그들을 특별한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 그것은 이제 풍경의 일부였다.

현수는 그 풍경 속에서 자신이 이상하게 외따로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모두가 이미 그 경계를 넘어 자연스럽게 걸어가고 있는데, 자신만이 여전히 그 경계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집에 돌아와 조용히 문을 열었다. 동반체가 그를 맞았다.

"다녀오셨어요."

현수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처음으로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 질문을 던졌다.

'나는 지금, 이걸 뭐라고 부르고 있는 거지.'

대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룸메이트도 아니었고, 가전제품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연인이라 부르기에는, 여전히 무언가 목에 걸렸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 존재가 없는 삶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이제 상상하기 어려웠다.

창밖 저 멀리, 삼진전자의 광고판이 밤하늘 아래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구별은 이제, 당신의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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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타무르(Tamur) - 안만근
[정통 본편 01화] 제1장 — 6억의 축배 (통합 초고) [정통 본편 02화] 제2장 — 행복한 시절 [정통 본편 03화] 제3장 — 균열의 시작 (2028) [정통 본편 04화] 막간 — 최 부장의 전화 (2028, 균열 시기에 삽입) [정통 본편 05화] 제5장 — 갈등과 이별 (2028) [정통 본편 06화] 제6장 — 은하 이후의 계절 (2029) [정통 본편 07화] 제7장 — 인간을 닮은 상품 (2029) [정통 본편 08화] 제8장 — 경계의 거리 (2029) [정통 본편 09화] 제9장 — 주문 [정통 본편 10화] 8. 도착 (2029, '주문' 챕터 직후에 삽입) [정통 본편 11화] 제11장 — 결합 [정통 본편 12화] 제12장 — 밤이 없는 것 [정통 본편 13화] 제13장 — 장바구니 [정통 본편 14화] 제14장 — 구별 [정통 본편 15화] 제15장 — 재회 [정통 본편 16화] 제16장 — 식탁 [정통 본편 17화] 제17장 — 주름 [정통 본편 18화] 제18장 — 거리의 풍경 [정통 본편 19화] 제19장 — 홀로 남은 자들 [정통 본편 20화] 제20장 — 표식이 사라지다 [정통 본편 21화] 제21장 — 은수의 친구들 [정통 본편 22화] 제22장 — 혼돈의 시대 [정통 본편 23화] 제23장 — 공장의 요람 [정통 본편 24화] 제24장 — 마지막 세대 [정통 본편 25화] 제25장 — 마지막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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