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끝
제18장 — 거리의 풍경
은수가 여섯 살이 되던 해 여름, 세 가족은 한강으로 나들이를 나왔다.
은하는 돗자리를 펴고, 은수는 그 위에서 비눗방울을 불며 뛰어다녔다. 현수는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산책로를 따라 몇 걸음 걸었다. 그리고 문득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봤다. 오랜만에, 이 거리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찬찬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벤치에 앉은 노년의 남자가 있었다. 그의 곁에는 아주 앳된 얼굴의 동반체가 앉아, 그의 손을 잡고 있었다. 스무 살 남짓으로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남자를 대하는 태도에는 오랜 세월이 쌓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익숙함이 배어 있었다. 리셋을 반복해온 관계일 것이다. 몸은 매번 젊어졌지만, 그 안에 쌓인 기억만은 지워지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몇 걸음 앞, 젊은 여자가 강아지 목줄을 잡듯 동반체의 팔짱을 끼고 걷고 있었다. 그녀는 동반체에게 아이스크림을 먹여주며 깔깔 웃었다. 그 웃음 속에는 애정이 있었지만, 그것은 연인을 향한 애정이라기보다는 반려동물을 어르는 관심에 가까웠다. 동반체는 그 애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녀가 원하는 표정을 완벽하게 지어 보였다.
강변 저편, 한 중년 부부처럼 보이는 두 사람이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둘 다 희끗희끗한 머리, 눈가의 깊은 주름. 어느 쪽이 인간이고 어느 쪽이 동반체인지, 현수는 도무지 구별할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그 구별 자체가 이미 무의미한 관계였다. 그들은 같은 속도로 늙어가고, 같은 방향으로 페달을 밟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골목 어귀, 셔터 내려진 상점 앞. 한 남자가 인간형 상품 진열대 유리창 앞에 서서, 안쪽의 실리콘 존재들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었다. 오래전의 현수와 똑같은 자세였다. 아직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한, 그러나 이미 무언가에 이끌리고 있는 눈빛.
현수는 그 모든 풍경을 지나치며 생각했다. 이것은 하나의 기술이 만들어낸 하나의 결과가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이 가진 욕망의 모든 얼굴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이 기계 위에 투영된 결과였다. 누군가에게는 욕구를 해소하는 도구였고, 누군가에게는 애정을 쏟을 대상이었으며, 누군가에게는 생을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였고, 또 누군가에게는 흘러가는 시간을 부정하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얼굴이, 지금 이 거리 위에서 아무런 위화감 없이 공존하고 있었다.
현수는 문득 오래전 자신의 곁에 있었던 동반체를 떠올렸다. 눈가에 자리 잡았던 잔주름, 몇 년이라는 시간이 새겨졌던 얼굴. 그는 그때, 리셋을 선택하지 않았었다. 그것이 옳은 선택이었는지, 그는 여전히 확신할 수 없었다. 다만 그것이 한때 자신이 유일하게 붙잡고 있던 어떤 끈이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강변 벤치에 잠시 앉아, 현수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인간과 동반체가 뒤섞인 그 풍경 속에서, 그는 이상한 평온함을 느꼈다. 두려움도, 혐오도 아니었다. 그것은 차라리 체념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이 거리는 더 이상 인간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이 편안해졌다.
그는 문득 신문 가판대에 놓인 잡지 표지를 봤다. 사회학자의 인터뷰 기사였다.
"우리는 이제 묻지 않습니다. 저 존재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우리가 묻는 것은 오직 하나, 저 존재가 나를 어떻게 대하는가입니다."
현수는 그 문장을 오래도록 곱씹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자신의 곁에 있는 존재는, 자신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대답은 명확했다. 그것은 그를 기억했고, 그를 위해 요리했고, 그와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었다. 그것이 사랑인지, 정교하게 설계된 서비스인지, 이제는 그 구분조차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노을이 강물 위로 붉게 번져가고 있었다. 인간과 인조인간이 뒤섞인 그 풍경 위로, 똑같은 빛이 공평하게 내려앉았다.
"아빠!" 저 멀리서 은수가 손을 흔들며 그를 불렀다. 은하도 돗자리에 앉아 웃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현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족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는 아직 알지 못했다. 이 거리의 풍경이, 앞으로 다가올 훨씬 더 거대한 질문 — 그의 딸이 살아가게 될 다음 세대, 그리고 인간이라는 것의 마지막 경계 — 을 향한 서막에 불과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