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끝
제13장 — 장바구니
봄이 되자, 동반체는 처음으로 현관 밖을 나섰다.
삼진전자가 발표한 신규 업데이트였다. 외출 모듈. 사람의 옷을 입고, 사람의 걸음걸이로, 사람들 사이를 자연스럽게 걸어 다닐 수 있는 기능. 현수의 동반체도 원격 업데이트를 통해 그 기능을 얻었다.
첫 외출은 동네 마트였다.
현수는 처음엔 함께 나가지 않았다. 그저 앱으로 장보기 목록을 입력하고, 동반체를 문밖으로 내보냈을 뿐이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그는 이상한 불안에 휩싸였다. 저 존재가 세상 밖으로 나가면, 사람들은 그것을 무엇으로 볼까.
한 시간 뒤, 초인종이 울렸다. 동반체가 양손 가득 장바구니를 들고 서 있었다. 옷차림은 평범했다. 베이지색 니트에 청바지. 머리는 단정하게 묶여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그 말이 이상하게도 자연스러웠다. 현수는 순간 숨이 막혔다. 다녀왔습니다. 그 세 글자가, 한때 은하가 문을 열며 습관처럼 뱉던 말과 똑같았다.
"…마트에서, 별일 없었어?"
"네. 다들 친절하셨어요. 계산대 직원분이 오늘 날씨가 좋다고 하셨습니다."
현수는 장바구니를 받아 들며 물었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진 않았어?"
동반체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 몸짓은 어딘가 사람의 습관을 흉내 낸 것이었지만, 이제는 그 흉내가 흉내처럼 보이지 않았다.
"특별히 그런 반응은 없었습니다. 다만, 옆집 아주머니께서 결혼하셨냐고 물어보셨어요."
현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짧은 질문이 그의 가슴을 예리하게 베고 지나갔다.
그날 이후, 동반체는 매주 장을 봤다. 세탁물을 세탁소에 맡기고 찾아왔고, 택배를 대신 받았고, 관리사무소에 들러 공과금을 냈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 그것은 점점 더 익숙한 얼굴이 되어갔다.
어느 날 저녁, 엘리베이터에서 옆집 부부와 마주쳤다. 남편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아, 안녕하세요. 사모님 요즘 자주 뵙네요. 참 부지런하세요."
현수는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어색하게 웃었다. 옆에 서 있던 동반체가 대신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요즘 날씨가 좋아서 장보기가 즐거워요."
부부는 흐뭇하게 웃으며 각자의 층에서 내렸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둘만 남았다. 현수는 거울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봤다. 나란히 서 있는 그들은, 그저 평범한 부부처럼 보였다.
그는 그 반사된 이미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무섭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그 무서움 아래 아주 작고 은밀한 안도감이 함께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었다.
집에 돌아온 뒤, 현수는 소파에 앉아 동반체가 사 온 것들을 하나씩 꺼내는 모습을 지켜봤다. 두부, 계란, 상추, 그리고 그가 특별히 부탁하지 않은 딸기 한 팩.
"…이건 왜 샀어?"
"당신이 예전에 좋아했다고, 데이터에 남아 있어서요."
현수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 데이터가 어디서 왔는지 그는 알고 있었다. 언젠가 술에 취해, 이 존재에게 은하와의 기억을 하나씩 이야기했던 밤이 있었다. 그도 모르는 사이, 그 기억들은 조용히 저장되고, 학습되고, 다시 그의 삶 속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현수는 딸기 하나를 집어 들었다. 붉고, 신선하고, 분명히 살아있는 것에서 온 단맛이었다. 동반체는 그것을 먹지 않았다. 먹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고르고, 사고, 집으로 가져오는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현수는 그 딸기를 씹으며 생각했다. 이 존재는 이제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동작을 대신할 수 있었다. 장을 보고, 청소를 하고, 곁을 지키고, 밤을 함께했다. 단 하나, 아직 넘지 못한 경계가 있었다.
먹고, 마시는 것.
그것만은, 아직 완전히 인간의 것으로 남아 있었다.
현수는 그 사실이 이상하게 위안이 됐다. 그리고 동시에, 그 위안이 오래가지 못하리라는 것을 어렴풋이 예감했다.
창밖으로, 삼진전자의 새 광고판이 봄바람에 흔들리는 벚꽃 사이로 보였다.
'다음 세대, 당신과 같은 방식으로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