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끝 (SF 대하소설)

정통 본편 [정통 본편 22화] 제22장 — 혼돈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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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본편 22화] 제22장 — 혼돈의 시대
《욕망의 끝》 제1권 22화 작가: 타무르(Tamur) - 안만근

욕망의 끝

제22장 — 혼돈의 시대


은수가 서른 살이 되던 해, 정부는 처음으로 공식 통계를 발표했다.

"국내 출생률, 역대 최저치 경신. 인간-인간 부부의 자연 임신율, 지난 십 년간 62% 감소."

뉴스는 연일 이 소식을 다뤘다. 전문가들이 스튜디오에 나와 저마다의 원인을 내놓았다. 환경호르몬, 만성 스트레스, 식생활 변화. 누구도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 사실만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 감소가 시작된 시기가, 인간형 동반체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시기와 정확히 겹친다는 것.

아무도 그 상관관계를 대놓고 입에 올리지 않았다. 삼진전자를 비롯한 관련 기업들은 그런 주장을 '근거 없는 낭설'이라 반박했다. 하지만 술자리에서는, 익명 게시판에서는, 그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오갔다.

"생각해봐. 사람들이 이제 사람이랑 안 만나잖아. 인조인간이 다 편하니까."

"편해서가 아니라, 뭔가 몸에 문제가 생긴 거 아냐? 그 배터리 전자파 때문에."

"그게 아니라, 그냥 사람이 사람을 덜 만나서 그런 거지."

혼돈이었다. 누구도 정확한 이유를 몰랐고, 그 무지가 오히려 더 많은 억측을 낳았다. 인간-인간 부부는 서로를 탓했다. 인조인간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죄책감 없는 시선과 은근한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종교 단체들은 이것을 '문명의 심판'이라 부르며 거리로 나섰다. 반대편에서는 '차별과 낙인을 멈추라'는 시위가 맞불처럼 일어났다.

은수와 재현의 부부 관계도 그 혼란 속에서 조금씩 시들어갔다. 몇 번의 시험관 시술이 실패로 돌아갔다. 병원비는 쌓여갔고, 서로를 향한 원망 없는 배려는 점점 지쳐갔다.

어느 날 밤, 재현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은수야. 요즘 그, 대안 시술이라는 게 있대."

"그게 뭔데?"

"…배아를 인공 자궁에서 키우는 거. 성공률이 자연 임신보다 훨씬 높다더라. 삼진 바이오 쪽에서 하는 거야."

은수는 순간 말을 잃었다. 인공 자궁. 그 단어가 낯설고, 동시에 이상하게 익숙하게 들렸다.

"…그게 안전한 거야?"

"공식적으로는 합법이고, 이미 많이들 하고 있대. 근데……"

"근데?"

"…그 인공 자궁 기술이, 원래는 인조인간 생산 라인에서 쓰던 배양 기술에서 파생된 거라고 하더라고."

은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오래전, 아버지가 몸담았던 회사가 만들어낸 기술이었다. 원래는 인조인간의 신체 조직을 배양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기술이, 이제는 인간의 아이를 만드는 데에도 쓰이고 있었다.

경계가 무너지고 있었다. 인간이 인조인간을 만들던 기술이, 이제는 인간 자신을 만드는 데에도 사용되고 있었다. 아무도 그 사실을 대대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안내되는 방식으로.

은수는 부모님에게 이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대신, 홀로 삼진 바이오의 상담 센터를 찾았다. 상담사는 친절하게 설명했다.

"요즘은 대부분 이 방법을 택하세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미 수만 명의 아이들이 이 방식으로 태어났고, 다들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요."

"…그 아이들도, 나중에 알게 되나요? 자기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상담사는 잠시 멈칫하더니, 부드럽게 웃었다.

"보통은, 굳이 알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냥…… 태어난 거니까요."

은수는 그 대답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창밖으로, 삼진 바이오의 로고가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오래전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의 계열사였다.

그녀는 문득, 언젠가 아버지가 보여줬던 그 흐릿한 사진을 떠올렸다. 낯선 실루엣. 아무도 아니라던, 그 대답.

이제 은수는, 그 침묵의 무게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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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타무르(Tamur) - 안만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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