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끝
제20장 — 표식이 사라지다
은수가 열두 살이 되던 해, 사회 교과서에 새로운 단원이 추가됐다.
"아빠, 이거 봐." 은수가 태블릿을 내밀며 말했다. "학교에서 이거 배웠어. '개의 역사'래."
현수는 화면을 들여다봤다. 한 사회학자의 칼럼이 교재로 편집되어 있었다.
"인류와 개의 관계는 세 단계를 거쳤다. 처음 개는 집을 지키는 도구였다. 어떤 시대, 어떤 지역에서는 식용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개를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사회는 서서히 그 인식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는 개를 가축으로도, 식재료로도 여기지 않는다. 그것은 법이 먼저 바뀐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이 먼저 바뀌었기 때문이다."
은수가 물었다.
"근데 이게 왜 인조인간이랑 관계있대?"
현수는 잠시 화면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설명했다.
"…비슷한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으니까 그런가 보다."
그해, 국회에는 한 법안이 상정되어 있었다. '인조인간 식별 표식 의무화법 폐지안.' 오랫동안 손목에 새겨졌던 그 옅은 홀로그램 별을, 더 이상 의무로 부착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었다.
법안은 몇 년째 계류 중이었다. 그러다 어느 시민단체가 시작한 청원이 백만 명의 서명을 넘기며,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청원의 제목은 단순했다.
"우리는 이미, 구별하지 않습니다."
청원문에는 이런 문장이 담겨 있었다.
"우리 중 누군가는 인조인간과 함께 살아갑니다. 그들은 우리의 배우자이고, 부모이고, 자식이고, 친구입니다. 손목의 별은 더 이상 안전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낙인입니다. 우리는 이제, 그 낙인이 필요 없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현수는 그 뉴스를 저녁 식탁에서 은하와 함께 지켜봤다.
"…이게, 통과될까?" 은하가 물었다.
"글쎄. 근데 이번엔 좀 다른 것 같아. 반대하는 사람이 예전만큼 많지 않아."
실제로 그랬다. 십 년 전만 해도 이 법의 폐지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거리에는 이미 그 구별이 무의미해진 지 오래였다. 사람들은 더 이상 손목을 확인하지 않았다. 옆에 있는 존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보다, 그 존재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가 더 중요해진 시대였다.
법안은 그해 겨울,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뉴스 앵커가 담담하게 소식을 전했다.
"오늘부로, 인조인간 식별 표식 의무화법이 공식적으로 폐지되었습니다. 이제 인조인간은 별도의 표식 없이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수는 그 뉴스를 보며, 오래전 자신이 참여했던 마크 설계 회의를 떠올렸다. 아마도, 마지막 남은 구분선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요. 동반체가 남겼던 그 말이 다시 귓가에 맴돌았다. 그리고 이제, 그 마지막 구분선마저 사라지고 있었다.
법이 시행된 다음 날부터, 거리의 풍경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것이 오히려 가장 상징적인 사실이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그 구별 없이 살아가고 있었으니까.
은수는 그날 밤, 잠들기 전 현수에게 물었다.
"아빠, 근데 사람들은 왜 이제 상관없어 해?"
현수는 딸의 이마를 쓸어주며 잠시 생각했다.
"…아마, 오래 같이 살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아. 처음엔 다 낯설고 무서웠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그냥…… 옆에 있는 사람이 되더라고."
"그럼 아빠도 이제 안 무서워?"
현수는 그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했다. 그는 여전히, 아주 가끔, 오래전 자신의 거실에 있었던 어떤 존재의 눈빛을 떠올리곤 했다. 그리고 그 기억이 두려움인지 그리움인지, 그조차 이제는 구별할 수 없었다.
"…모르겠다, 아직도."
은수는 그 대답에 별다른 의문을 갖지 않고 눈을 감았다. 그녀에게는, 그리고 그녀와 함께 자라날 세대에게는, 애초에 물을 필요조차 없는 질문이 되어가고 있었다.
창밖 저 멀리, 삼진전자의 새 광고판에는 이제 아무런 문구도 없었다. 그저 인간과 인조인간이 손을 잡고 걷는 실루엣 하나가, 조용히 빛나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