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끝
제17장 — 주름
은수가 다섯 살이 되던 해, 현수는 새로운 옵션의 개발 회의에 참석했다.
"리셋 기능입니다." 팀장이 화면을 넘기며 설명했다. "사용자가 원할 때, 동반체의 외형을 초기 설정으로 즉시 되돌릴 수 있습니다. 나이도, 체형도, 얼굴형까지도."
시연 영상 속에서, 한 남자가 앱의 슬라이더를 조정하자 곁에 있던 동반체의 얼굴이 순식간에 변했다. 주름이 사라지고, 피부가 팽팽해지고, 몇 초 만에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젊어졌다.
회의실에서 낮은 웃음이 터졌다. 현수는 그 웃음소리 사이에서 오래전 느꼈던 것과 똑같은 불편함을 느꼈다.
그날 저녁, 그는 이 이야기를 은하에게 꺼냈다. 은수를 씻기고 재운 뒤, 두 사람은 식탁에 마주 앉아 있었다.
"…이번엔 아예, 나이까지 마음대로 되돌릴 수 있게 만든대."
"진짜?" 은하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그럼 사람들, 늙는 파트너는 이제 아무도 안 보려고 하겠네."
"그럴 수도."
은하는 자신의 손등을 내려다봤다. 예전보다 조금 거칠어진, 마흔을 넘긴 손이었다.
"…나도 가끔 그런 생각 해. 나 스무 살 때 사진 보면서, 저 얼굴로 다시 돌아가면 어떨까 하고. 근데 그게 진짜 가능해지면, 이상하게 무섭기도 해."
"왜?"
"모르겠어. 그냥…… 지금 이 얼굴이 나잖아. 은수 낳고, 자기랑 다시 만나고, 그 모든 시간이 여기 다 쌓여 있는 건데. 그걸 지운다는 게, 왠지 나를 지우는 것 같아서."
현수는 그녀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나도 똑같은 생각을 한 적 있어."
"…언제?"
현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처음으로 조금씩 이야기를 꺼냈다.
"…예전에, 혼자 지낼 때. 곁에 있던 게 하나 있었어. 그것도, 나이 드는 기능이 있었거든. 근데 그때 회사에서 리셋 기능을 처음 소개했을 때, 나는 안 눌렀어. 그대로 두고 싶었어."
은하는 그 말을 가만히 들었다. 놀라지도, 화를 내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물었다.
"…왜 안 눌렀어?"
"…그때는, 그게 내가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은하는 그의 손을 조금 더 세게 쥐었다.
"…나한테 그때 얘기, 다 안 해도 돼. 근데 그 마음은, 알 것 같아."
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마주 앉아 있었다. 창밖으로 저녁 바람이 불었고, 옆방에서는 은수가 뒤척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나는." 은하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냥, 자기랑 같이 늙어가고 싶어. 아까 그 리셋인지 뭔지, 그런 거 없이."
현수는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래."
그것은 화려한 맹세도, 거창한 약속도 아니었다. 그저 저녁 식탁 위에서 나눈 작은 다짐이었다. 하지만 현수는 그 순간, 자신이 오랜 세월 찾아 헤맸던 어떤 답을 마침내 손에 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라는 것. 되돌릴 수 없기에 소중한 것. 그것을 함께 짊어지기로 한 사람이, 지금 그의 눈앞에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