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끝
제24장 — 마지막 세대
은수의 손녀, 하린이 태어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은수는 결국 인공 자궁을 통해 딸 지원을 낳았다. 지원 역시 자연 임신에 어려움을 겪었고, 몇 번의 시도 끝에 같은 방식으로 하린을 낳았다. 삼 대에 걸쳐,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태어난 아이는 은수 자신뿐이었다.
하린이 태어난 해, 정부는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최근 삼십 년간 전 세계 자연 임신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했으며, 현재 인류의 평균 가임 연령은 과거 대비 절반 이하로 축소되었습니다."
과학자들은 그제야 원인을 어느 정도 밝혀냈다. 완전히 새로운 발견은 아니었다. 다만 오랫동안 외면당했던 진실이었다. 인간형 동반체와의 관계가 늘어나면서, 인간과 인간 사이의 물리적, 정서적 접촉 빈도 자체가 급감했다는 것. 그리고 그 접촉의 결핍이, 세대를 거듭하며 인간의 생식 능력에 누적된 영향을 미쳤다는 것.
"이것은 생물학적 재앙이 아닙니다." 한 연구자가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것은 선택의 축적입니다. 우리는 누구에게도 강요받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저, 매번 더 편한 쪽을 선택했을 뿐입니다."
그 말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누군가는 반박했고, 누군가는 침묵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 흐름을 되돌리지 못했다.
하린이 자라던 시절, 학교에는 이제 인간 학생보다 인조인간 학생이 더 많은 반이 흔해졌다. 정확히는, 인조인간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인간 아이가 줄어든 것이었다. 하린의 반에는 스물두 명의 학생이 있었고, 그중 인간은 여섯 명뿐이었다.
"할머니." 어느 날 하린이 은수에게 물었다. "왜 요즘은 애기가 잘 안 태어나요?"
은수는 그 질문에 오래도록 침묵했다. 그녀의 나이도 어느덧 일흔을 넘기고 있었다.
"…글쎄다. 할머니도 정확힌 모르겠어. 그냥, 세상이 그렇게 변한 것 같아."
"근데 나는 태어났잖아요."
"그래. 너는 태어났지."
은수는 하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하린은, 어쩌면 이 가문에서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잉태된 마지막 아이였다. 정확히 말하면, 인공 자궁을 통해 태어났지만, 그 배아만은 부모의 자연스러운 결합에서 비롯된 마지막 세대였다.
가임 연령의 마지노선이 계속 낮아지면서, 각국 정부는 처음으로 '생식 유예 정책'을 발표했다. 원하는 사람은 젊은 시절 난자와 정자를 냉동 보관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전면 지원하는 정책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시간이 지날수록 신청자가 줄어들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아이를 원하는 사람 자체가 줄어들고 있었다.
인간과 함께 늙어가는 동반체들, 인조인간과 인조인간의 완전한 가정들, 그 사이에서 사람들은 점점 '생물학적 후손'이라는 개념 자체에 무뎌지고 있었다. 삼진전자를 비롯한 여러 기업은 이제 아예 다른 방향의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인조 자녀 — 성장하는 관계, 완전한 가족.'
아이의 모습으로 태어나, 실제로 성장하며 나이 들어가는 인조인간. 부모가 원하는 속도로, 원하는 방식으로 자라나는 존재. 처음에는 논란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 역시 하나의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
하린이 성인이 되던 해, 그녀의 대학 동기 중 절반 이상이 '인조 자녀'를 가진 부모 밑에서 자란 이들이었다. 아무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어느 날, 은수는 노년의 몸으로 창가에 앉아 하린에게 오래된 사진첩을 보여줬다. 파리, 도쿄, 제주. 젊은 시절의 현수와 은하가 웃고 있는 사진들이었다.
"이 사람들이, 너의 증조할머니 증조할아버지야."
하린은 그 사진을 신기한 듯 바라봤다.
"두 분 다 사람이었어요?"
은수는 그 질문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아주 오래전이라면, 어리석은 질문처럼 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질문이 되어 있었다.
"…응. 두 분 다, 사람이었어."
하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진을 넘겼다. 그리고 다음 사진에서, 흐릿하게 잡힌 낯선 실루엣을 가리켰다.
"이 사람은 누구예요?"
은수는 그 사진을 오래도록 바라봤다. 언젠가 아버지가 서재에서 보여줬던, 그 대답 없는 얼굴이었다.
"…나도 몰라. 아마, 그 시절 두 분 곁에 있었던 누군가겠지."
하린은 더 묻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그 흐릿한 존재가 사람인지 아닌지가 조금도 중요하지 않았다.